● 교구장 교서

“이요한 윤일성인을 본 교구 제 2
수호자로 선포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으로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에게 참 삶의 길을
가르쳐주시고, 또 이 땅의 많은 순교자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6) 그리스도를 가르치도록 하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혹독한 박해에 시달리면서도 성신의 인도하심에 따라 구원의 진리를 받아들인 우리 신앙선조들은 하느님만을 믿고 그리스도의 진리만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사셨습니다. 이제 그분들의 신앙 유산을 물려받은 한국교회는 성신의 도우심으로 날로 발전하여 오던 중 그 200주년을
경축하는 날 103위 성인이 시성 선포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 언제나 후손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우리의
순교성인들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하여 특별한 은혜를 전구하시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순교정신을 길이 새겨주시고자, 이 요한 윤일 성인께서
순교하신 자리를 찾게 하시고, 거기에 성인의 유해를 모시도록 안배하셨읍니다.
이제 120년이란 세월이 가고, 성인의 삶을 잊고 있는 오늘,
우리는 백골이 진토 된 이 요한 윤일 성인을 모시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새롭게 듣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의 축복도
백배나 받을 것이며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마르 10,29-30). 또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우리는 오늘 우리 곁에 오신 이 요한 윤일 성인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신비의 진실을 절실하게 터득하는 은혜를 받고 있읍니다.
대구 관덕정 형장에서 참수 순교하신 이윤일 성인은 참으로 진리와 길과
생명을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증인이십니다. 이 지역의 유일한 성인이신 이윤일 성인은 이 지역 모든 사람에게 빛이 되시고 힘이 되시어 여기 이 땅을
수호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본 교구는 교구 설정 즉시 초대 교구장 안세화 주교께서 루르드의 성모님을 교구의 수호자로 모시고,
성모님의 전구로 무수한 은혜를 받아왔읍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오늘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게 하고 장한 순교정신을 이어받게 하시고자 이 요한 윤일
성인을 우리교구의 제2수호자로 모시고자 하는 열망을 우리 마음에 불러 일으켜 주셨읍니다. 이에 본 주교는 이윤일 성인 치명 120주년을 기념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성인의 유해를 성모당에 봉안하는 이 뜻 깊은 자리에서 사제단과 더불어 전 교구민과 한 마음이 되어 이 요한 윤일 성인을 본 교구
제2수호자로 모실 것을 선포합니다.
미구에 성인이 치명하신 자리에 세워지는 관덕정 순교자 기념관 경당에 성인의 유해를 영구 봉안할 때까지
성모당 제대 밑에 성인의 유해를 모시고 많은 신자들이 참배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성모당에 더 많은 신자들이 참배하기를 바라며, 죄인들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위하여 그리고 특별히 냉담자들의 회개를 위하여 기도할 것을 당부합니다. 냉담자의 회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실질적이고
헌신적이어야 할 것이며 우리 스스로가 백절불굴의 순교정신으로 수계생활에 철저해야 할 것입니다.
성인의 유해를 성모당에 모시는 동안,
신자들에게 고백성사의 편리를 제공하기 위해 성모당에 고백소를 설치하고 모든 평일에 한 시간씩 고백소를 열 것입니다.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자애로우신 성모님의 전구와 모든 성인과 한국103위 순교성인들의 통공을 빌며,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형제자매들과 영광된 이날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목자의 축복을 보냅니다.

1987년  1월  21일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봉헌된 이윤일 성인 유해봉안 및 순교 120주년 기념미사 중)
대구 대교구 교구장 이  문  희(바울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