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성지 9. 문경 마원성지

관리자 2020.06.09 12:52 조회 수 : 207

9. 문경 마원성지

“장하다 그 믿음”

“어서 오게 친구여. 어서 들라 천국으로!
장하다 그 믿음! 장하다 그 우정!
길이 길이 천국에서 빛나리라.”
문경새재에서 불과 반시간 거리에 있는 문경읍 마원1리 마원성지. 병인박해(1866년) 때 30세로 순교한 박상근 마티아의 무덤이 있는 순교성지에 같은 이런 글귀를 새긴 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병인박해 때 순교한 박상근 마티아와 박해 시기 경북 서북부 지역을 돌며 전교한 ‘경북의 사도’ 깔레 강 신부가 생사를 초월하여 신앙을 나눈 아름다움을 기린 비이다.

마원성지는 영남 북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인 한실, 여우목, 건학이, 부럭이 등처럼 신앙 선조들이 화전을 이루어 살았던 교우촌 가운데 하나로 병인박해 때 40여명이 붙잡혔다. 이곳에 박상근 마티아의 무덤이 있고, 그 위에는 경북의 사도 깔레 강 신부와 순교자 박상근 마티아가 나눈 ‘장한 믿음, 장한 우정’을 기린 동상이 찾아오는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마치 이스라엘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 예수님이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는 장면을 담은 동상이 서있는 것처럼 가슴에 와닿는다.


마원성지와 한실까지 이어지는 순례코스

뒤로 백화산이 이어져서인지 마원성지의 공기는 맑고 시원하다. 대형 십자가와 14처, 성모상, 야외 제대까지 갖추고 있어 성지순례 코스로는 그만이다. 인근 문경 한실 교우촌까지 같이 순례하면 신앙 선조들의 숨결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주차장과 진입로도 편리하게 되어있어 단체 순례에도 무리가 없다.
박상근 마티아는 1861년 조선에 입국하여 1866년까지 경상도 북부지역 사목을 담당하고 있던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깔레 강 신부를 자기 집에 모셨으며, 병인박해 때 체포돼 순교의 월계관을 썼다.
깔레 신부의 전교 기록에는 “문경에서 가까운 백화산 중허리에 자리 잡은 한실에 신자 집이 서너 집씩 무리 지어 산재해 있었다.”고 되어있다. 아마도 이 지역은 신유박해(1801년)를 피해 흘러들어온 충청도 교우들에 의해 천주교가 전래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박상근 마티아도 그 영향으로 일찍 입교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자형(예비자)과 숙모 홍 마리아 등도 함께 천주교를 믿게 된 것 같다.


30세로 순교한 박상근 마티아

1866년 병인박해 때 쓴 깔레 강 신부의 전교기록을 보면 박 마티아의 신앙심은 대단했다. 문경에서 전교하던 깔레 신부를 자기 집에 은신시켰다. 당시로서는 죽음을 각오한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깔레 신부의 신변에 대한 위험을 전해 듣고는 새벽에 깔레 신부를 피신시키기 위해 아전이었던 그가 생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고생마저 감수했다.
익숙치 않은 험한 산길에서 넘어지고 허기와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면서도 돌아가라고 명령하는 깔레 신부의 뒤로 돌아설 수 없어 “신부님과 함께 죽겠다.”고 대답했다. 백화산중에서의 이별장면은 사제를 보호하려는 따뜻한 마음과 비장한 순교 의지를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눈물겨운 기록이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신앙인 박 마티아는 깔레 강 신부와 이별의 한을 품고 숨어지내다가 1866년 겨울 체포되었다.
박 마티아는 아전이었기에 문경 현감과 친분이 두터웠다. 현감은 마티아에게 신앙을 버리면 묵인해주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박상근 마티아는 현감의 간곡한 권유를 마다하고 상주목으로 이송되어 순교했다. 1866년 12월 21일, 나이 서른에 빛나는 순교의 월계관을 쓴 것이다.


박상근 마티아와 깔레 강 신부의 백화산 이별

깔레 강 신부가 남긴 ‘선교 체험기’중에는 순교자 박상근 마티아와의 믿음과 우정이 소개되어 있다.
“한실(문경에 있는 교우촌) 윗산까지 가려면 이제 20리 정도 남은 것 같소. 나 혼자도 거기까지 갈 수 있을 것이오. 마티아는 너무 지쳤으니 이 근처 마을로 내려가 먹을 것을 얻도록 하시오.”
“아니, 신부님! 어떻게 신부님만 혼자 가시도록 둘 수 있겠습니까? 안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만일 한실도 포졸들의 습격을 받아 폐허가 되었다면 신부님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신부님이 가시는 곳이면 저도 가겠습니다. 신부님이 이 깊은 산속에서 돌아 가신다면 저도 같이 죽겠습니다.”


“마티아 내 말에 복종하시오!”

지쳐 쓰러질 지경에 이른 박상근 마티아를 더 이상 고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깔레 강 신부는 마음과는 달리 준엄한 명령조로 마티아에게 말했다.
“마티아 나는 당신에게 명령합니다. 당신이 가져온 마른 과일의 반은 당신이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내게 넘겨 주시오. 그리고 내 말에 복종하시오!”
이 말을 듣고 마티아는 통곡하면서 깔레 강 신부를 쳐다 보았다. 굳은 악수를 나누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깔레 신부는 한실을 향해 산길을 계속 갔지만, 마티아는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강 신부를 울며 바라보고 있었다. 낯설고 험한 산길을 벽안의 사제 깔레 신부가 혼자 가도록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박상근 마티아는 결국 병인박해 때 순교의 선혈을 뿌린 복음의 사도가 되었다.
박상근 마티아는 안동교구에 의해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있다.


◎ 소재지 :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하리 2-1
◎ 연락처 : 문경성당 (054) 57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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