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성지 3. 경주 진목정

관리자 2020.06.09 12:57 조회 수 : 148

3. 경주 진목정

사철 아름다운 진목정 공소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진목정 성지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어느 한철 아름답지 않은 적이 없는 성지이다. 사순절 기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공소를 감싸고, 6월의 진목정은 녹음이 더해지고 계곡물은 맑기 그지 없다. 여름에는 예전 교우들이 마셨음직한 계곡물이 맑게 흐른다. 옛 공소에 모셔진 예수상과 성모자상이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마음의 평화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경주 진목정은 1858년 경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 신부가 이 지방 순회 전교를 하던 때부터 교우들이 살던 8개 신자 마을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 사목 담당자는 다블뤼 주교를 비롯, 역대 영남 지방 전교 신부들이며 1893년 11월 4~5일에는 조선교구 제8대 교구장 뮈텔 대주교 순방이 있었다. 그와 함께 1866년에 터진 병인박해의 세 순교자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가, 이양등 베드로의 삶과 죽음이 엉켜있는 경주 진목정은 세분 순교자의 가족들이 피신해 살던 범굴, 범굴로 이어지는 산록에 조성된 14처, 세분 순교자의 유해를 묻었던 무덤, 진목정 공소, 세 순교자가 숨쉬었던 흔적 등을 느낄 수 있는 성지이다.


진목정은 고즈넉한 순례지

진목정의 범굴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직자, 신자, 동네사람, 순교자 후손이 한마음이 되어서 찾아내었다. 다행히 땅 소유주가 신자이어서, 소유주가 대구대교구에 기증하여 성지로 조성됐다. 허인백 김종륜 이양등 세 순교자가 은거하던 범굴은 지금은 무너져내려 원형을 가늠하기 어렵다. 단숫골 범굴의 복원은 시급하다. 범굴까지 오르는 길에 14처가 조성돼있다. 진목정 14처는 가족이나 소규모 신심단체 반모임 등에서도 순례하기에 적당하고 고즈넉하다.
찾아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건천 IC에서 내려 20번 국도를 타고 경주 산내 불고기단지까지 와서 내일리 쪽 921번 도로를 타면 된다. 경남 언양쪽에서 넘어 와도 가깝다. 종전까지는 경주 성건본당 소속이지만 소재지인 경주 건천본당으로 관할권이 바뀌었다.


성녀 바르바라를 기억하라

“성녀 바르바라를 기억하고, 나를 위해 기도해다오.”
병인박해 때 이양등 베드로, 김종륜 루가 등과 함께 울산 장대벌에서 군문효수(1868년 9월 14일) 당한 허인백 야고보는 신자촌을 급습한 포졸들에게 체포돼 끌려가기 직전, 아내(박조이,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표기에 따름, 일명 박조애 혹은 박조예 여사라고도 함)에게 당부했다. “성녀 바르바라의 순교 행적을 기억하라!” 왜 허인백 순교자는 마지막 순간에 바르바라 성녀를 떠올렸을까. 세계 가톨릭사상 수많은 순교자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기구하면서도 가장 용감한 순교자 가운데 한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답고 영특한 바르바라가 가톨릭 신자가 되자 귀족인 아버지는 못마땅했다. 가혹하게 때려 사경을 헤매게 된 딸을 비정한 아버지는 재판관에게 넘겼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나오는 예수처럼 갈퀴 채찍으로 맞아 온 몸은 찢어졌고, 배는 불로 태워지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 바르바라는 탈혼상태로 감옥에 던져졌다. 그날 밤, 주님이 나타나 바르바라를 위로했는데, 바르바라의 상처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장대벌에서 참수, 진목정에 묻혀

‘감옥의 기적’을 본 법관은 더 심한 고문을 가했다. 그래도 바르바라가 흔들리지 않자 참수형을 선고했다. 사형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형리의 도끼를 빼앗은 아버지가 딸의 목을 친 것이다. 그런데 딸의 목이 채 땅에 떨어지기 전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더니 아버지는 즉사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신앙을 지킨 바르바라는 임종자의 주보, 군인의 주보로 존경받고 있다. 그런 바르바라를 따라 허 야고보는 마지막 순간에도 성호를 긋고, 평온 속에 성모 마리아를 찾았다. 이양등 김종륜 마찬가지였다. 이양등 김종륜 허인백 3인 순교자는 경주진영(현 경주문화원)으로 끌려와 고문을 받고 울산 장대벌에서 참수된 뒤, 허인백의 아내 박조이 여사에 의해 수습돼 울산 동천 강둑에 묻혔다가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진목정 공소로 이장 되었다. 다시 후손에 의해 천주교 대구대교구 감천리 묘지에 이장됐다가 병인박해 100주년 기념 성당인 대구 복자성당(신천동)에 안장됐다. 현재 진목정에는 허묘가 남아있다.


슬픔 위로하는 묵상 절로 이뤄져

신유박해, 병인박해 이후 신자들이 숨어살았던 경주 진목정은 경상도의 대표적인 성지 가운데 하나이다. 순교성월(9월)이 아니어도 진목정을 찾는 발길은 꾸준한데, 이곳에서는 고통 속에서 정화된 영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서까래가 만져질듯이 내려다 보이는 낮은 천정을 인 십자고상과 성모상이 반겨주는 고즈넉한 진목정에 가면 절로 묵상에 젖게 된다. 이 세상에서 묵상을 통해 위로받지 못할 슬픔과 고통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인간적인 잣대로 다 밝히고 따지기 힘든 일이 생기면 한걸음 물러서 묵상을 하다보면 위안을 얻음과 동시에 세상사에 초연해지는 내공도 쌓을 수 있다. 공소 옆 돌계단을 따라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을 합장했던 묘를 지나 범굴로 이어지는 14처를 오르다보면 성경에 무려 366번이나 나오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를 절로 깨닫게 된다. 아무 죄없이 수난 당하고, 부활한 예수님을 떠올리면 세상적인 아픔 쯤이야 툭툭 털고 일어날 지혜와 용기를 얻을테니 말이다.


◎ 소재지 :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산 284
◎ 연락처 : 천주교 대구대교구 건천성당 (054) 751-101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 1. 성모당 관리자 2020.06.09 461
24 2.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관리자 2020.06.09 755
23 3. 성직자 묘지 관리자 2020.06.09 609
22 4. 성유스티노신학교기념관 관리자 2020.06.09 706
21 5. 계산성당 관리자 2020.06.09 584
20 6. 관덕정 관리자 2020.06.09 374
19 7. 경상감영 옥터 관리자 2020.06.09 234
18 8. 복자성당 관리자 2020.06.09 241
17 9. 한티순교성지 관리자 2020.06.09 305
16 1. 칠곡 신나무골 관리자 2020.06.09 379
15 2. 왜관 가실성당 관리자 2020.06.09 275
» 3. 경주 진목정 관리자 2020.06.09 148
13 4. 김천 황금성당 관리자 2020.06.09 485
12 5. 상주 신앙고백비 관리자 2020.06.09 69
11 6. 상주 배모기 관리자 2020.06.09 216
10 7. 문경 여우목 관리자 2020.06.09 154
9 8. 문경 한실 관리자 2020.06.09 86
8 9. 문경 마원성지 관리자 2020.06.09 213
7 10. 문경 진안리 관리자 2020.06.09 189
6 11. 진보 머루산 관리자 2020.06.09 112